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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열전] 처음 찾은 행복…찾아온 불치병

주인공 제니퍼(릴리 소비에스키)는 보통의 17살의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기 발랄함과 명랑함은 그 어디에도 없다. 고딕풍의 옷을 즐기며 생에 대한 애착없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하루 고독과 외로움으로 가득찬 생활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마치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세상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다. 특히 아버지와 이혼 후 재혼한 어머니와 끊임없이 다투고 결국 이런 불화가 제니퍼 자신의 독립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만다. 이렇게 항상 현실에 불만족하고 불만에 가득찬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취직한 옷 가게 주인 랜달(앨버트 브룩스)과 만나게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처음 제니퍼의 옷차림이나 행동에 불만스러웠고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조금씩 변하는 제니퍼의 모습에 호감이 가기 시작하고 둘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점차 가까워진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갖게 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 놓게 된다. 하지만 제니퍼는 랜달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음 찾은 행복이 깨질 것만 같은데…. 영화 '마이 퍼스트 미스터'는 우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남녀의 사랑과 믿음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 제니퍼는 17살 랜달은 49살의 아저씨이다. 하지만 제니퍼는 그 어떤 때보다도 랜달에게서 삶의 안식과 처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랜달이 불치의 병에 걸리게 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영화의 극적 상황만 보면 마치 원조교제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상황설정과는 틀리게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그리고 불치의 병에 걸린 랜달을 통한 산파적 멜로로도 만들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산파적인 요소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힘들지만 최소한 아주 작위적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른 랜달은 제니퍼를 딸 같은 애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랜달에게서와 같은 애정을 받아본적이 없는 제니퍼는 랜달의 마음과는 틀리게 사랑으로서 느끼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전해주는 주제는 가족의 소중함과 인생에서 어떤것이 제일 값어치 있는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교훈을 제시해주는 영화이다.

2009-05-07

[코미디 열전] 시끌벅적…연예인 사생활

소설가인 조(앨런 커밍)와 배우인 샐리(제니퍼 제이슨 리) 부부는 결혼 6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지난 1년간의 별거생활을 끝내고 화해한 것도 축하할 겸 파티를 연다. 이들 부부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빠뜨리면 피곤한 말많은 이웃집 부부를 초대한다. 한편 조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소재인 소설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을 겸하여 영화로 만들려는 참이다. 이들의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조가 만들 영화에 출연할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 스카이(기네스 팰트로우) 최근에 샐리와 함께 공연했던 배우 칼(케빈 클라인) 샐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전직 배우 소피아(피비 케이츠) 부부 여기에다 샐리와 칼이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 맥 배우인 맥의 아내 클레어 조 부부의 사업 매니저인 주디와 제리 부부 조의 첫사랑인 사진작가 지나 최근 애인과 헤어진 샐리의 친구 레비 호기심 많은 이웃집 부부 로즈 등이다. 경사스럽고 즐거운 조 부부의 결혼 6주년과 재결합 축하파티.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 나타나면서 파티는 엉망이 된다. 폭탄같은 고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와 샐리의 결혼 생활은 도마위에 올라가는데…. 소설가와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조와 샐리 부부의 롤러코스터같은 결혼생활의 전환점이 될 결혼 6주년 기념 파티가 열리는 하룻 동안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린 '결혼기념일에 생긴 일'은 '조지아' '엑시스텐즈'를 통해 남다른 연기력과 개성을 보여준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 '엠마' '아이즈 와이드 셧'의 앨런 커밍이 공동으로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영화다. 이들 부부의 파티에 초대된 친구들도 배우와 감독들의 얘기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은 영화 만큼이나 흥미롭다. 극중에서 잘나가는 여배우 스카이로 등장하는 기네스 팰트로우 유머러스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케빈 클라인 이외에도 80년대의 청춘 스타인 제니퍼 빌즈와 피비 케이츠 또한 잊어버리면 안될 사람들. 바로 연출과 각본 담당인 제니퍼 제이슨 리와 앨런 커밍 등 낯익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제니퍼 제이슨 리와 앨런 커밍은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고있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모든 일이 주변의 우려와 달리 완벽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심각함과 유머가 잘 배합되어있는 작품의 조화는 둘의 완벽한 호흡을 반영한다.

2009-04-23

[코미디 열전] 스타·살인 사건·깜짝 반전…

1950년대 프랑스 시골의 한 저택.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모두들 크리스 마스 준비로 분주한 그 때 그 집안의 가장이자 저택 주인 마르셀이 갑자기 시체로 발견된다. 등에 칼이 꽂힌 것으로 보아 자살은 아니다. 또한 당시 눈이 많이 내려 외부와 단절된 저택에 있었던 8명의 여인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차례차례로 이들은 왜 자신이 범인이 아닌지 또한 범인은 누구인지를 주장한다. 그렇게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갖가지 사실들이 차례차례 밝혀지기 시작한다. 바람난 그의 매력적인 부인 신경질적인 노처녀 처제 돈이 필요한 여동생 자주 다투던 장모 아름다운 가정부 그리고 사랑스런 두 딸…. 과연 범인은 그녀들 중에 있을까?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뻬르 엠마뉴엘 베아르 화니 아르당 등 프랑스 최고의 여성스타 8명을 한꺼번에 내세운 초호화 캐스팅만으로도 2002년 베를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 2002년 2월 6일 프랑스에서 개봉 첫날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과 단체연기상을 수상하며 흥행과 작품성을 두루 거머쥔 이 영화는 독일 유력지 '타게스 슈피겔'의 평론가 투표에서도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시사회장과 기자회견장에서도 최고의 열기를 보였다. '워터 드롭스 온 버닝 락'과 마찬가지로 '8명의 여인들'도 여성적인 미와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양식화와 인위성을 강조한 반자연주의 영화이다. 그래서 잔인함이나 공포마저도 훨씬 더 화려하고 의미 있고 색다르게 느껴져서 관객들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배우들이 아름다워야 했다. 촬영감독 쟌느 라쁘와리에 따르면 스탭들은 황홀하기 이를 데 없는 유명한 여배우 군단과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다는 데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유명한 만큼 까다로운 그녀들의 신뢰를 얻는 문제가 가장 컸기 때문. 그러나 걱정과 달리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8명의 미인군단과 함께 만든 알쏭달쏭한 뮤지컬 추리극은 7주 낮 7주 밤을 끝으로 완성되었다. 뮤지컬의 형식을 빌어 아가사 크리스티식의 고전적 범죄 스릴러에 코미디를 결합시켜 의외의 반전과 인위적인 효과가 그럴싸하다.

2009-04-16

[코미디 열전] 거짓말쟁이, 된통 걸리다

분주한 아침 제이슨 셰퍼드(프랭키 무니즈)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 밥도 먹고 숙제도 다 챙겼다는 거짓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로 거짓말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14살 소년 제이슨. 등교길에 불량배를 만나 지각하게 된 제이슨은 절친한 여자 친구 카일리에게 수업 중에 창문을 열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카일리는 선생님의 시선을 잠시 돌리지만 그만 들키고 만다. 작문숙제를 제출하라는 선생님의 엄명에 제이슨의 천재적인 거짓말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거짓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이슨 셰퍼드. 뛰어난 임기응변과 성대모사로 숙제를 못한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곧 거짓말은 들통나고 만다. 낙제를 면하기 위해 제이슨은 천재적인 머리를 굴려 순식간에 '엄청난 거짓말쟁이'라는 제목의 작문을 쓰게 된다. 숙제를 제출하기 위해 급하게 가던 제이슨은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제작자 마틴 울프의 차를 얻어 타게 되는데 그만 숙제를 차에 두고 내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몇 개월 뒤 썸머 스쿨을 듣고 있던 제이슨은 TV를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숙제가 마틴 울프에 의해 영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님께 말하지만 부모님에게도 신임을 잃은 제이슨은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로 다짐한다.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영화 제작자 마틴 울프는 악랄하고 성격 나쁜 제작자로 유명한 인물. 우연히 만난 제이슨의 숙제에서 영감을 얻은 마티는 그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영화로 주목받게 된다. 하지만 숙제를 돌려주기는 커녕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는 제이슨의 부탁마저 거절하면서 그의 인생에는 거대한 태클이 걸리게 되는데. '빅 팻 라이어'는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만큼 LA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많은 곳에서 촬영된 영화다. 영화 속 장면들은 LA의 부유한 소수 집단의 비열한 모습을 영화 제작자 마틴 울프의 캐릭터에 반영 할리우드의 숨겨진 이면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제작팀은 마틴 울프의 거대한 프로덕션의 배경이 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3주 동안의 촬영 기간을 가지며 영화 속에 다양한 볼거리들을 포진시켰다. SF영화의 최첨단 장비들부터 시대극의 화려한 의상과 촬영 세트 등 꿈의 공장이라 불리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모든 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샌드라 오와 600만불이 사나이로 친숙한 리 메이저스도 출연한다.

2009-04-09

[코미디 열전] 영화 감독하기, 힘들다 힘들어

한 때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했던 왕년의 영화 감독 발 왁스만(우디 앨런). 그의 화려한 날은 가고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 '맡겨만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해온 지 벌써 10년 째다. 별볼일 없는 CF나 찍으며 근근히 살아가던 어느날 그가 간절히 원하던 컴백의 찬스가 주어진다. 읽는 순간 그림이 딱 나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 6000만불짜리 초대박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도시'.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자가 바로 아내를 훔쳐간 도둑놈 할 예거(트리트 윌리엄스)이고 뜬눈으로 도둑맞은 아내 엘리(테아 레오니)가 하늘같은 프로듀서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달콤한 제안이 모두의 반대를 뿌리친 엘리의 강력추천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은 발의 자존심과 질투심에 불을 당긴다. 하지만 다시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살인도 할 지경이라는 그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다. 어제의 아내를 오늘의 상관으로 모시며 그녀를 빼앗아간 작자의 눈치까지 봐야한다는 부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착찹함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 엄청난 스트레스까지.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하지만 복잡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던 그에게 그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영화제의 초대에 번번히 응하지 않았던 우디 앨런 감독의 첫 영화제 개막작으로 2002년 제55회 깐느영화제에서 비로소 레드 카펫을 밟았다. 찰리 채플린을 잇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우디 앨런은 "눈 깜빡하는 동안 두 작품은 휙 지나쳐 버릴지 모른다"며 워싱턴 포스트의 놀라움을 살 만큼 데뷔 40년을 훌쩍 넘긴 요즘도 해마다 신작을 발표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2000년 '스몰 타임 크룩스' 이후 내놓은 작품만도 벌써 5편이다. 우디 앨런은 배우들에게 전체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출연부분만 주는 독특한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 엔딩'에서 풀 스크립트를 받고 영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배우는 우디 앨런 자신과 테아 레오니 트리트 윌리엄즈 셋 뿐. 로리를 연기한 데브라 메싱은 앨런의 다른 작품인 '셀러브리티'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당혹스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테아 레오니를 매수해서 카피본을 얻어보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텝을 유혹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레오니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지어내는 짖궂은 장난을 즐기기도 했다고.

2009-04-02

[코미디 열전] 냉혹한 풍경 속의 수채화 사랑

뉴욕 브롱크스에서 아들 타이와 살아가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혼녀인 마리사 벤투라(제니퍼 로페즈)는 호텔 메이드로 매니저 승진을 꿈꾸며 누구보다 성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생긴 오해로 유력한 상원의원 후보이자 뉴욕 최고의 인기남인 크리스토퍼 마샬(랠프 파인즈)의 데이트 신청을 받게 된다. 한 순간이지만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달콤한 경험을 하게 된 마리사. 하지만 12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처럼 마샬과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마샬은 마침내 자신을 사로잡은 신비한 여인 마리사를 상류층의 댄스파티에 초청하고 주변의 응원 속에 파티장에 도착한 마리사는 나름대로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만 어렵기만 한 그녀가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진실을 털어 놓으면 사랑을 잃게될까 봐 두려운 마리사. 매니저로 승진할 절호의 찬스만큼이나 절실한 마샬과의 사랑.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갈등 앞에 흔들리는데…. 이 영화는 2002년 12월에 개봉 첫 주 1871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제리 맥과이어'의 기록(1708만 달러)을 깼을 뿐 아니라 역대 12월 둘째 주 개봉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제니퍼 로페즈는 이 영화로 박스오피스는 물론 자신의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까지 석권하며 진정한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도도하고 오만해 보이지만 너무도 매혹적인 도시 맨하탄. 왠지 가슴 설렐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래서 누구나 생애 한 번 쯤은 머무르고 싶은 곳. 맨하탄은 특유의 흡인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감독들 역시 예외는 아닌 듯 마천루 숲 속 깊이 담긴 신비감 황홀한 밤의 아름다움 젊음과 낭만이 살아 숨쉬는 거리들 혹은 이와 대조되는 욕망과 현실이 교차하는 냉혹한 풍경을 영화의 배경으로 담아내고 싶어했다. '러브 인 맨하탄'은 '조이 럭 클럽' '스모크' 등으로 잘 알려진 웨인 왕 감독과 '워킹 걸' '조 블랙의 사랑'으로 유명한 각본가 케빈 웨이드의 만남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들의 작품은 인간적이고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다. 웨인 왕 감독은 중국 이민 2 3세대의 애환 혹은 소외된 이들의 내면을 서정적 터치로 깊고 섬세하게 다뤄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아주 따뜻한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 특별한 묘미를 선사한다.

2009-03-26

[코미디 열전] 뒤집고 뒤섞고…장르의 달인

본명이 제프리 레보스키인 듀드(제프 브리지스)는 이렇다 할 직업도 없고 삶의 목표도 없는 건달이다. 친구들과 볼링장에서 시간을 죽이며 '화이트 러시안'이란 칵테일을 늘 손에 들고 다닌다. 어느날 그의 집에 부인이 빌린 돈을 받으러 왔다는 강도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하지만 부인이 없는 듀드가 사실을 말하자 강도들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100만장자인 또 다른 제프리 레보스키와 혼동한 사실을 알고 카펫에 오줌을 싸고 물러난다. 이런 일이 있은 뒤 듀드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백만장자 레보스키를 찾아가 그에게서 카펫손상에 대한 배상을 받아낸다. 며칠 뒤 제프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젊은 아내가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납치당했다며 듀드에게 아내의 몸값을 넘겨달라는 부탁한다. 하지만 듀드는 친구와 함께 몸값 1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가로채기로 하지만 불법 주차단속에 걸려 돈가방이 든 차가 견인되고 만다.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이던 사건이 점점 복잡하게 꼬이며 미궁으로 빠져 든다. LA주변에 사는 건달들의 삶을 애정을 담아 묘사한 코믹 스릴러물인 이 작품은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탐정 수사극에 가깝다. 하지만 납치된 의뢰인의 아내를 찾는 듀드와 그의 친구 월터가 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이는 해프닝은 어설픈 아마추어에 가깝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세상 일에는 관심없이 살아가던 듀드와 항상 자신이 참전했던 베트남전을 상기하면서 과거에 집착하고 상대방의 말을 욕설로 맞받아치며 무시하는 장면은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장르 뒤집기와 뒤섞기의 달인 코엔 형제의 1998년 개봉작으로 그들이 이야기 솜씨 또한 당대 최고수임을 보여준다. 코엔 형제는 데뷔 이래 각종 장르영화를 헤집고 다니며 미국 사회를 풍자해왔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파고'와 같이 진중한 영화를 만든 뒤에 코엔 형제는 가벼운 코미디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감각을 조율하는 것 같다. 환상과 꿈을 자유롭게 교차시켜 현실을 풍자하는 이들의 솜씨는 여기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영화의 인트로 장면과 중간에 나오는 듀드의 환상 장면에는 밥 딜런의 '내 안의 남자'(The Man in Me)가 쓰였는데 특히 볼링장에서의 환상장면은 이 음악에 힘입어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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